한국 안경테 제조업은 메탈테를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이에 비해 플라스틱테(뿔테)는 중국 기업이 압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 아세테이트라는 소재로 만드는 뿔테는 플라스틱 판을 가공하고 연마하는 과정에서 사람 손을 많이 거친다. 국내 인건비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는 업계에서 `공식`으로 통했다.
그런데 최근 이런 공식이 깨졌다. 3D 프린터로 플라스틱 테를 출력하면 데이터로 모델링한 모습 그대로 안경테를 만들 수 있다. 공정 자체가 줄어 필요한 사람 수도 감소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떨어진다.
성우석 브리즘 대표는 "뿔테를 연 20만장 생산하려면 중국에선 30여 명이 필요하다"면서 "브리즘에서는 최대 4만장 생산하는데 2명이면 가능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아세테이트 안경테를 만들려면 대략 20개 공정을 거치는데 브리즘에서는 공정이 10개 정도로 줄어든다. 그동안 국내 업계에서 아무도 엄두를 내지 않았던 중국과 경쟁에 나설 수 있었던 이유다.
브리즘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3D 프린터로 안경테를 대량생산하는 기업이다. 3D 프린터로 안경테를 만드는 기업은 있었지만, 이를 대량생산해 안경원을 통해 판매하는 것은 브리즘이 처음이다. 성 대표는 "3D 프린터는 주로 시제품이나 정밀 부품 생산에 사용하고 있었는데, 안경처럼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 제품으로 대량생산하는 건 우리가 처음"이라면서 "생산량이 늘고 노하우가 쌓이면 생산비용도 더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리즘은 지난해 본엔젤스·카카오벤처스 같은 벤처캐피털에서 10억원을 투자받아 본격적으로 유통망을 구축하고 생산에 나서고 있다.
물론 저가 시장에서 중국산과 일대일로 경쟁하기는 아직 어렵다. 그래서 브리즘은 고객 두상에 맞춰 만드는 `맞춤형 안경`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고객 얼굴을 3D로 스캔해 데이터화한 뒤 이를 바탕으로 만드는 것이다.
한 안경 업계 관계자는 "우리 안경테 제조업은 인력이 고령화되고 기업도 영세화되고 있다"면서 "이러다가는 국내 제조 인프라스트럭처가 완전히 사라져 중국에서 모든 안경을 생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브리즘은 3D 프린터 같은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도심형 스마트공장의 마술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특별취재팀 = 이진우 산업부장 / 송성훈 부장 / 박준형 기자 / 이덕주 기자 / 오찬종 기자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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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1, 2020 at 04:12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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