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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일 감독의 기자회견 무시, 제주 구단-팬-취재진을 뭘로 봤나 - 스포츠한국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물론 화 날 수 있다. 홈에서, 그것도 강등권팀에게 패했으니 열 받고 화 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경기를 이길 수 없다. 그래서 축구공이 둥글다고 하지 않는가.

아무리 화가 나도 할건 해야한다. 감정적인 상태에 휘말리면 후폭풍이 올 수밖에 없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남기일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감독 경력 9년인데 경기 후 기자회견을 깜빡할리 없고, 실제로 구단 직원이 기자회견을 해야 한다고 요청했음에도 무시했다.

단순히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제주 구단 그리고 팬, 취재진을 그동안 대체 어떻게 생각해왔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 ⓒ프로축구연맹
제주는 지난 8일 제주 홈에서 열린 수원FC와의 K리그1 경기에서 1-3으로 패했다. 경기 후 공식기자회견 참가는 감독과 선수의 의무인 연맹 규정이다.

하지만 남기일 감독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고 심지어 기자회견을 해야한다는 제주 담당자의 말도 무시했다.

취재 결과 개인의 건강 이상도,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럼 단순히 경기에 졌다는 분노때문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기자회견은 단순히 취재진과의 소통을 넘어 팬들과의 소통창구다. 모든 팬을 모아놓고 경기에 대한 소감과 질의 응답을 받을 수 없기에 취재진이 대신해 참가하는게 기자회견이다. 기자들은 질의응답을 거쳐 기사를 통해 독자(팬)들에게 감독의 말을 알리고 이를 본 팬들은 팀의 상황과 이날 경기에서 궁금했던 점을 해소한다.

특히 지금은 코로나19 시대로 더욱 팬들과 직접적인 소통이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회견의 역할은 더 커지고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유일한 소통창구인 셈이다.

남기일 감독이 자신의 화를 참지 못하고 기자회견을 거부했다는 것은 프로 스포츠에서 가장 핵심인 ‘팬’을 생각하지 않은 행동이다.

또한 제주도라는 지리적 특성을 제외하더라도 취재진 역시 경기장을 찾아 ‘일’을 하러 갔는데 남 감독의 불참으로 일을 못하게 됐다.

이번 일로 남 감독이 제주 프런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엿볼 수 있다. 분명 기자회견을 담당하는 제주 직원이 남 감독을 만류하고 기자회견을 할 것을 요청했음에도 남 감독은 이를 무시했다. 뒷수습은 제주 직원 몫이었다. 제주 직원이 해명하고 사과해야 했다. 제주 직원은 자신의 일을 충실히했고 구단과 팬, 취재진을 위해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다.

프로축구연맹 규정 제38조 12항에 따르면 ‘경기 전·후 인터뷰를 실시하지 않거나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해당 클럽과 선수, 감독에게 제재금(50만원 이상)을 부과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감독이 공식 인터뷰를 거부해 징계를 받은 건 3차례 있었다. 모두 2013년으로 성남FC 안익수, 전북 현대 최강희, 상주 상무(현 김천상무) 박항서 감독에게 5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 바 있다. 2019년에도 한 차례 감독이 기자회견을 나오지 않은 일이 있지만 이는 감독이 진단서까지 내며 몸상태에 문제가 있었음을 증명해 정상 참작이 된 바 있다.

  • ⓒ프로축구연맹
한 관계자는 “벌금 50만원은 최소 금액이다. 예전처럼 50만원만 징계하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며 수백만원의 벌금을 예상하고 있다. 기자회견 한 번 안 나갔다가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몇백만원은 날리게 생긴 남기일 감독이다.

2013년 이후 8년간 500경기 가까이 열린 K리그 경기(1,2부 포함)에서 경기 후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감독은 남기일 감독 한명 뿐인 셈이다.

남 감독이 기자회견을 불참한 일의 의미는 생각 이상으로 크다. 대가 역시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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