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대형기획사와 관련된 유령작사가의 정체를 알아본다.
# K팝 업계에 떠도는 소문–고스트 라이터(Ghost Writer)의 존재
지난 4월 17일 힙합 그룹 45RPM 멤버이자 DJ DOC 이하늘 동생인 이현배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들려왔다. 예상치 못한 부고에 동료 음악인들이 애도를 표하던 가운데, 고인의 형 이하늘은 SNS를 통해 충격적인 내용을 폭로했다. 바로 DJ DOC 4집 이후의 많은 곡이 DJ DOC 멤버인 김창렬, 정재용이 쓴 것이 아니라, 동생 이현배에 의해 쓰였다고 주장했다.
최초 폭로 이후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이후 관련된 DJ DOC 멤버들은 모두 말을 아끼고 있어 진실을 확인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세계인들이 인정할 만큼의 수준 높은 음악과 시스템을 자랑하는 K팝 산업. DJ DOC 이하늘의 주장처럼 실제 창작자와 밖으로 알려진 창작자가 다른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을까? 이런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 작사학원에서 일어난 일–정당한 대가를 원합니다
K팝 업계의 ‘고스트 라이터’ 문제를 겨냥한 질문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올해만 해도 이하늘의 폭로가 처음이 아니었다. DJ DOC와 관련된 논란이 일어나기 얼마 전인 지난 3월, 한 SNS에는 K팝 작사업계의 부조리함에 대해 고발하는 글이 올라와 관심을 모았다.
‘익명의 케이팝 작사가 대리인’이라는 계정에 등록된 글에서, 글쓴이는 신인 작사가들의 등용문으로 여겨지는 작사학원에서 수강생들의 작품을 이용해 학원 측에서 공동작사가로 이름을 올리고 저작권 지분도 가져가고 있는데, 이러한 작사학원의 행태는 ‘갑질’이라며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기획사에서 의뢰해 온 K팝의 가사 제작을 위해, 학원 측에서 마음대로 수강생들의 가사를 채택 조립하는가 하면, 완성된 노래에 대한 작사비조차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대부분의 K팝 작사가가 학원의 갑질에 따른 자존감 하락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K팝을 만드는 이에게 정당한 대가와 권리가 주어지길 바란다면 이 글을 공유해 주세요." -익명의 케이팝작사가 대리인-
# 크레딧에 올라간 이름의 비밀
익명의 케이팝 작사가가 문제를 제기한 작사학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이 글이 퍼져나가자 몇몇 작사학원에서는 해당 사실과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일부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는 견해를 밝힌 한 작사학원이 있었다. 이 학원의 대표는 400여 개 K팝 곡들을 작업해 온 유명 작사가 김 원장(가명)이었다.
SNS 폭로 이후 그 학원에 대한 제보가 이어졌다. 초고를 만든 수강생들의 동의도 없이 공동작사가로 자신을 올리고, 저작권 수입의 기준이 되는 저작권 지분율의 경우에도 아무런 설명이나 상의 없이 김 원장 혼자 결정했다는 제보들. 그런데 이런 학원에 대한 의문과 더불어 제보자들이 공통으로 궁금해 하는 사실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작사가의 존재였다. 만든 노래마다 항상 김 원장과 함께 공동작사가로 이름을 올린 미지의 작사가.
"OO이라는 사람은 본 적도 없으시다고요?", "본 적도 없어요. 이분이 만약 정말 실재하는 분이면 천재죠." -제보자 K 작사가-
김 원장의 학원 소속으로 알려져 있으나 수강생들도 직접 만나본 적이 없고, 실체를 모른다는 이 작사가는 누구일까? 이 작사가는 국내 최정상급 아이돌 그룹의 노래로 데뷔해 십 여 개의 작품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상황 때문에 업계에선 실제론 가사를 쓰지 않음에도 저작권 지분을 가져가는 사람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김 원장의 학원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말할 수 없는 비밀-K팝 유령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김 원장 측은 수강생들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을 뿐이며, 지금은 잘못된 일들은 바로잡았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문제가 된 정체 모를 작곡가는 김 원장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실제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취재 결과 이 작사가는 유명 기획사에서 스타 가수들의 음악 활동 전반을 기획하는 A&R(Artists and Repertoire)팀 책임자의 부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심지어 그녀가 작사에 참여한 곡들은 모두가 남편이 관리하는 유명 가수들의 노래였다. 김 원장은 해당 기획사로부터 많은 작사 업무를 의뢰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제작진은 제보를 바탕으로 진실을 찾아가는 취재 과정에서 작사하지 않는 작사가, 작곡하지 않는 작곡가들에 대한 의혹을 셀 수도 없이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50명이 넘는 제보자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방송 말했다. "이 사실을 내가 말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저는 업계에 다시 발을 들일 수 없습니다." 진실을 알고도 말하지 못하는 피해자들과 용기를 내 제작진을 만나주었지만 극심한 두려움에 다시 입을 닫았던 수많은 제보자들. 무엇이 이들을 침묵시키는 것일까?
8일 방송되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대형기획사와 연루된 ‘유령작사가’의 정체를 추적하고, K팝을 사랑하는 창작자들의 열정과 노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K팝 업계의 부조리한 관행은 없는지 파헤쳐본다.
trdk0114@mk.co.kr
'그것이 알고 싶다'. 사진l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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