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한 인터뷰] 탁구 대표선발전 7연승 17살 신유빈
앳된 ‘좋아’ 기합 ‘삐약’으로 들려
도쿄올림픽 단체전 8강 꿈에 나와
관절 욱신대도 승부욕에 또 라켓
스트레스는 수다·음악으로 풀어
올 세계챔피언십·내년 아시안게임…
세계 최강 쑨잉샤·이토 등 극복 목표
결정구 위한 웨이트 훈련 안 지겨워
“랭킹 신경 안쓰고 시합에 충실할 것”
신유빈이 20일 인천시 서구 대한항공 탁구단 체육관에서 탁구채를 들고 밝게 웃고 있다. 인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삐약~. 아니에요.” 노란색 유니폼에 앳된 얼굴 탓일까. 통쾌한 득점타 뒤 그가 올리는 특유의 소리는 ‘삐약’처럼 들린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좋아!”라고 외친 것이다. “힘들고 목까지 쉬면 그땐 ‘좋아’라는 말도 더 줄어들어 나오죠.” 본인의 설명이야 어떻든, 2020 도쿄올림픽에서 터져 나온 그 ‘삐약’은 그를 국민 탁구 선수로 만들었다. ‘탁구 천재’ 신유빈(17·대한항공)은 ‘다름’의 인생을 살아왔다. 다섯살 때 아빠 따라 탁구채를 처음 잡았고, 초등학교 3학년 때는 종합선수권대회(2013)에서 대학생 언니를 이겼다. 청명중 3학년 때는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이에리사의 기존 기록을 깬 것이다. 이어 도쿄올림픽에 출전해 개인전 32강, 단체전 8강을 경험했고, 귀국하자마자 열린 세계챔피언십(11월) 대표선발전에서는 7연승으로 날았다. “쉬고 싶지만, 쉴 수가 없었어요.” 20일 인천의 대한항공 탁구단 체육관에서 만난 그의 하소연은 진심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길에 좌고우면은 없다. 도쿄올림픽 독일과의 단체전 8강 4단식 한잉에 진 것이 “지금도 꿈에 나타나는” 이유는 승부욕 때문이다. 관절마다 욱신대지만 귀국 뒤 대표 선발전에 나선 것은 전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쿄에 가기 전에 “본선 무대에 서면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는 선배의 경험담을 들었다. 하지만 “잘 잤고, 잘 먹었고, 긴장도 하지 않았다”는 그는 “올림픽 전과 후가 달라진 것은 없다”고 했다. 이런 강심장은 큰 무대에서 장점이 되고 있다. 올림픽 개인전 64강전에서 41살 연상의 니샤렌(룩셈부르크)과 맞서 임기응변 능력도 보여주었다.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 구석구석을 찌르고 들어온 공격에 신유빈은 첫 게임에서 2점(2-11)밖에 못 땄다. “상상도 하지 못할 곳으로 공이 날라왔다”고 한다. 하지만 “준비한 대로 치면 된다”는 여유를 찾으며 역전승했다. 추교성 여자대표팀 감독도 “경기를 즐긴다. 겁 없이 한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지난해 입단 이후 신유빈에게 강도 높은 훈련을 시켜온 강문수 대한항공 감독은 “신유빈은 천부적인 자질이 있다. 그러나 메달을 딸 생각으로 탁구 하면 안 된다. 세계 1등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뛰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택수 대한탁구협회 전무이사 또한 “세계 정상으로 가는 길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고통을 통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유빈이 20일 오후 인천 서구 대한항공 탁구단 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세계탁구연맹 랭킹 82위인 신유빈도 잘 알고 있다. 그가 극복해야 할 모델도 중국의 쑨잉샤(21·세계 2위), 일본의 이토 미마(21·세계 3위) 등 당대 최강의 선수들로 압축된다. 스타 부재의 한국 탁구에서 신유빈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것도 현실이다. 당장 올해 말 세계챔피언십, 내년 아시안게임, 3년 뒤 파리올림픽은 그가 세계적인 선수로 우뚝 설 수 있느냐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배우겠다”는 자세로 쑨잉샤, 이토와 대적한 바 있는 신유빈은 “랭킹에 신경 쓰지 않는다. 경기에 충실할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동물적 감각으로 이들과의 일전이 조만간 찾아올 것을 안다. 대한항공 입단 이후 체계적으로 체력훈련을 진행하는 이유다. 신유빈은 “공격력을 위해 서브 이후 3구 포핸드 결정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 기술이 나오기 위해서는 체력이 다져져야 한다. 다행히 연습 뒤 하루 한 시간씩 실시하는 웨이트트레이닝 훈련이 지겹지 않다”고 했다. 신유빈은 고등학교 진학 대신 실업팀에 입단했다. 아버지의 말대로 “탁구를 너무 좋아라” 하지만 때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럴 땐 중학 친구나 일본의 탁구 선수들과 수다를 떨거나, 위로가 되는 음악감상, 독서를 통해 심신의 균형을 맞춘다. 늘 새로운 길을 걸어온 만큼 앞으로 가는 길은 더 혹독할 수밖에 없다. 메달리스트들의 말처럼, 그 길은 마치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 ‘마부작침’(摩斧作針)의 길이다. ‘삐약’하며 등장한 신유빈 앞에 극한의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인천/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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