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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증 찾는다며… 툭하면 변호사 사무실 터는 검찰 - 조선일보

wildfirenewson.blogspot.com
입력 2020.06.20 03:00

의뢰인 녹취록·관련 자료 등 압수, 과거엔 변호사 본인 비리에 국한

유명 인사들의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호삼)는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김모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김 변호사는 작년부터 서울 강남의 A 성형외과 원장 김모씨와 이 병원 간호조무사 신모씨를 대리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 성형외과에서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 등 기업인들에게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하고, 이를 숨기기 위해 진료기록부를 폐기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검찰이 '원장 김씨 등의 추가 범죄 정황이 나왔다'며 김 변호사 사무실에 들어가 자료를 압수해 간 것이다. 검찰이 피의자를 상대로 압수 수색하는 것은 정상적인 수사 절차이자 흔한 일이지만 변호인을 압수 수색하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법조계 인사들은 "변호사 사무실 압수 수색은 의뢰인이 변호인을 믿고 솔직한 상담을 할 수 없게 만들어 피의자의 방어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고해성사 방에 CCTV를 다는 격"이라고 했다.

과거 검찰이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는 건 탈세 등 변호사 본인의 개인 비리 사건을 수사할 때 빼고는 거의 없었다. 변호인과 의뢰인이 나눈 내밀한 내용이 집약된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 수색한다는 건 헌법에 보장된 피의자의 방어권과 변호사의 변론권을 파괴하는 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증거를 찾으려고 변호사 사무실에 들이닥치는 일이 점점 잦아지고 있다.

검찰은 2016년 8월 롯데그룹 총수 일가(一家)의 경영 비리 의혹 수사 도중에 롯데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율촌을 압수 수색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오랫동안 세무 관리를 맡긴 율촌의 변호사 사무실에 들어가 세금 관련 자료를 털어간 것이다. 당시 검찰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로펌에 대한 압수 수색이 상례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검찰은 2018년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의 권한 남용 사건 수사 때도 이 사건에 관련된 변호사가 근무하는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검찰은 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의심하고 그 변호인의 통화 기록을 받아 조사하기도 했다.

작년 가습기 살균제 수사 당시엔 살균제 제조업체 중 하나인 애경을 대리한 법무법인 김앤장을 압수 수색했다. 애경에 남아 있지 않은 살균제 관련 내부 보고서를 이 사건을 변호하는 김앤장에 가서 압수해 간 것이다.

헌법재판관 출신 변호사는 "법조계를 이루는 세 축인 법원, 검찰, 변호인은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맞춰야 국민이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다"며 "검찰이 변호사를 상대로 수시로 압수 수색을 한다면 세 기둥 중 하나인 변호사계가 완전히 뿌리 뽑히는 반헌법적 폭력"이라고 했다. 한애라 성균관대 교수는 "변호사 본인이 피의자라거나 극히 일부 경우를 제외하곤 변호사에 대한 압수 수색이 허용돼선 안 된다"고 했다.

미국은 변호사의 비밀 유지권을 보장하기 위해 수사기관이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면 모든 물품을 봉인해 법원의 판단을 받게 하고 있다. 이후 법원이 '변호인 비밀 유지권'과 관련 없다고 판단한 압수물은 수사기관으로 넘기지만, 변호인과 피의자가 주고받은 상담·조언 같은 비밀 내용은 피의자 측에 그대로 반환된다. 한 변호사는 "우리나라처럼 검찰이 변호사 사무실 자료를 통째로 압수해 가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독일, 프랑스도 수사받는 사람이 변호사와 나눈 대화 내용 등은 증거로 쓸 수 없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중대 사건이나 변호인이 범죄에 연루된 경우 등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적법한 압수 수색을 하고 있다"고 했다.

☞변호사 비밀유지권(ACP·Attorney-Client Privilege)

변호사와 의뢰인 간 의사 교환에 대한 비밀유지권을 의미한다. 미국에선 우선적으로 보호받는 불문(不文) 원칙으로 인정돼 오다가, 미 연방증거규칙(Federal Rules of Evi-dence)으로 성문화됐다. 우리 헌법과 변호사법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변호사의 비밀 유지 의무'에 대해선 규정하고 있지만, 변호사와 의뢰인의 서로 간 비밀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에 대해서는 따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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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 2020 at 01: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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