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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변호사님 사무실에 '비밀의 방' 있다는데…"[서초동살롱]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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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변호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는 '패소'일 것이다. 민사사건 보다도 형사사건 패소가 뼈아프고, 형사사건 중에서도 '법정구속'이 치명적이라고 한다.

민사사건은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사건을 가져오는 시점에서 승패가 결정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어느 정도로 지고 이기느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실관계와 증거는 이미 확정돼 있고 법적인 평가만 남은 상태라서 법정에서 승패가 뒤집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는 뜻이다.

반면 형사사건은 법정변론이 큰 차이를 낳는다. 법정형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로 끝날 수도 있고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치소로 끌려갈 수도 있다. 구속과 불구속 사이에서 "에이 설마"하는 마음으로 재판에 임하다 법정구속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뒤늦게 눈물을 보이며 "잘못했다. 선처해달라"거나 "이럴 줄 몰랐다. 가족에게 전화 한 번만 하게 해달라"고 사정하곤 하지만 구속 절차는 가차없이 집행된다.

법정구속되는 피고인을 방청석에서 직접 보거나 통지를 받아 알게 된 가족들의 심경은 어떨까. 가장 먼저 찾아가는 사람은 누구일까. 당연히 변호인이다. 국선이면 몰라도 돈 주고 고용한 사선 변호사였다면 원망하는 마음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법정구속 당한 피고인의 가족들이 변호사 사무실로 찾아가 "네가 뭐했냐"며 언성을 높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변호사들도 법정구속 판결이 나오면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 예상한다고 한다. 대처하는 방식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 일단 사무실에서 나와 자리를 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판결에 대해 찬찬히 설명한다고 해서 상대가 들어줄 상황도 아니고, 억하심정에 어떤 해코지를 당할지 모르니 일단 시간을 버는 것이다. 한 수도권에서 활동 중인 변호사는 "그런 일이 있으면 근처 카페에 피해있다가 가족들이 돌아간 것을 확인한 뒤 사무실에 들어간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떤 변호사 사무실에는 비밀에 방이 있다더라"는 소문도 돈다고 한다. 울분에 찬 의뢰인들이 몰려올 경우를 대비해 눈에 띄지 않게 피신 공간을 사무실에 따로 마련해 놓는 변호사도 있더라는 것이다.

애초부터 난처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구속기소된 피고인만 맡는 변호사도 있다고 한다. 수사단계에서 구속된 피고인은 본인 처지에 대해 어느 정도 체념한 상태이기 때문에 실형 판결이 나와도 성화가 덜하다고 한다. 한 변호사는 "법정구속 판결은 트라우마가 남을 정도로 너무 힘들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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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14, 2020 at 05:05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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