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어 리빙' 접목한 공유 오피스
1층엔 브런치와 원두전문 카페
창문 너머 내집 마당같은 화단
2층엔 아이디어 솟는 매거진 바
일과 일상의 '느슨한 연결' 매력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사무실이라는, 어쩌면 '평범한 공간'이 새롭게 부각되는 요즘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재택 근무가 늘어나면서다. 사무실 근무를 꺼렸던 이들에게는 마음 편한 세상이 열린 것이라고 볼 수 있을 테지만, 멀쩡한 공간을 비워둔 채 임대료와 각종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을 터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는 1인당 적절한 규모의 사무공간이라는 개념에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또다른 측면에서 사무실 공간은 주목을 끌고 있다. 이른바 '공유 오피스' 바람 때문이다. 스타트업들은 우후죽순 들어서는 공유 오피스를 활용해 비교적 적은 부담으로 좁은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업무를 볼 수 있게 됐다. 경영과 업무의 효율성 차원에서만 공유 오피스가 부각되는 것만도 아닌 듯 하다. 사무실이 문화의 허브가 될 수 있다는 측면도 실험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단순 사무실을 넘어, 문화를 담아내고 지역을 연결하기 위해 세워진 공유 오피스 '로컬스티치 약수'는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약수역 10번 출구를 나오면, 완만하게 솟아오른 언덕길과 빽빽한 주택가가 보인다. 언덕을 오르며 허공에 시선을 던지면, 현대식 오피스들 사이로 유난히 단단해 보이는 붉은 벽돌 건물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로컬스티치 약수점이다. 정문 쪽으로는 대로를 굽어보고 있고, 후문으로는 장충동 낙산 성곽과 마주한다. 언뜻 보기에는 성채 같은 외견을 가진 이 건물은 과거 한 광고대행사의 사옥이었는데, 지금은 로컬스티치가 인수해 공유 사무실로 개조했다.
회사 측은 애초 영화ㆍ영상 등 문화 창작자들을 위한 공간을 조성할 목적으로 해당 건물을 개조했다고 설명했다. 김솔비 약수점 매니저는 "충무로가 근처이다 보니 지역 특성상 영화, 영상 등 창작자들이 주로 모일 거라 생각했다"며 "이들이 자유롭게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일을 하면서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에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공유 오피스이지만, 건물의 모든 공간을 사무실로 할당한 것은 아니다. 전체 5개 층 가운데 1~ 2층은 일종의 '리테일' 공간으로, 사무실을 계약한 멤버가 아닌 일반인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1층에는 스페셜티 원두 전문 카페인 '커피파운드'와 실험적인 요리를 개발하고 팝업으로 선보이는 브런치 전문 음식점 '시크(CEEK)'가 입주했다. 커피파운드와 시크는 별도의 사업체이지만, 서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어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나 일반 손님들이 자유롭게 오고가며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이 공간은 바깥으로 창문이 크게 뚫려 있어 화단의 나무에서 걸러져 오는 자연광을 그대로 만끽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또 2층에는 로컬스티치가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매거진 바 '도큐(DOKU)'가 자리한다. 건축ㆍ인테리어ㆍ환경ㆍ자연ㆍ사진 등 다양한 주제의 잡지 120여종이 자리하고 있으며, 특히 바 중앙에 위치한 별도의 공간에는 특별 전시전도 준비돼 있다. 지난달에는 사진을 주제로 한 저서들을 비치했다.
전시전 바깥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은 엄숙한 독서실에 가깝게 느껴진다. 멤버십 전용 공간에서는 사무실 직원들이 노트북을 켠 채 작업에 몰두하고, 반대편에 마련된 일반인 공간에는 직접 책을 골라 읽어볼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어렴풋한 조명이 배치돼 있다. 김 매니저는 도큐에 대해 "사람들이 잡지를 통해 창작에 도움을 받을 수 있길 바랐다"라며 "언젠가 이 공간은 작은 서점처럼 성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로컬스티치는 지난 2013년 서울 서교동 작은 골목 호텔로 시작했다. 이후 서울 인근에서 다양한 건물들을 인수한 뒤 공유 오피스, 마트, 전시회 등으로 개조해 내놓으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약수 공유 오피스를 통해 로컬스티치가 보여주고자 하는 특징은 무엇일까.
김 매니저는 약수점의 특징으로 '코워킹 + 코리빙(Coworking + Coliving)'을 강조했다. 즉 단순히 업무를 보는 사무실을 넘어 실제 라이프스타일이 있는 문화공간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멤버십 직원들이 성곽길 근처를 산책하기도 하고, 가끔 내려와 잡지를 읽으며 새 아이디어를 얻고, 고급 커피를 마시고 브런치를 즐긴다"라며 "코워킹 공간은 단순히 일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느슨한 연결'을 통해 다양한 만남과 성장을 추구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도시의 밀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개방된 휴식공간은 점점 희소해져 가는 지금, 어쩌면 우리는 단순히 공간을 활용하는 것을 넘어 공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에 놓여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단순히 업무를 볼 뿐인 폐쇄된 사무실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사무실과 지역사회가 서로 끊임없이 소통하며 새로운 의미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로컬스티치 약수의 시도가 소중한 이유다.
인스타그램 소개 글
@hwajeopdo.kr 쉐프님이 모든 음식에 소금을 전혀 넣지 않았다고 하셨는데도, 간이 잘 맞아서 신기한 곳
@nahaemin 3호선과 가까운 것이 가장 좋다
@lente_andante 꽉 찬 전시가 보는 재미를 선사하는 장소
@sehyun.park.946 보는 것 만으로도 절로 심쿵
@xiyun__ 꼭 가보려구요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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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03, 2020 at 01:33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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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산책] #茶·花·談 그리고 일 #문화 물들인 사무실 -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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