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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희의 맛있는 야구] 꿈에서도 하는 야구, 간절함은 응답받을까 - 한겨레

독립리그에서 뛰면서 프로 문을 두드리고 있는 이종혁. 이종혁 제공.
독립리그에서 뛰면서 프로 문을 두드리고 있는 이종혁. 이종혁 제공.
그저 야구가 좋았다. 응원하는 팀(한화 이글스)은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더 많았지만 그래도 좋았다. 동네 친구들과 하던 캐치볼은 그를 야구부로 이끌었다. 그때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서울디자인고 3학년 시절에는 몇몇 구단 스카우트로부터 관심도 많이 받았다. 감독도, 동료들도 그만큼은 프로 지명이 될 것이라고 했다. 2019년 신인드래프트. 가슴은 두근댔다. 하지만 그의 이름, ‘이종혁’은 끝내 불리지 않았다. 기대만큼 실망도 컸다. ‘왜 나는 선택받지 못했을까.’ 한순간에 자괴감이 밀려왔다. 유격수 수비만큼은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다. 대학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1학년을 마친 뒤 자퇴를 했다.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야구 아카데미에 등록해 기술을 보완하고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하면서 체력도 보강했다. 독립리그(시흥 울브스 소속)에서 뛰면서 경기 감각을 이어갔다. 그가 제일 자신이 있는 수비 능력치도 끌어올리려 했다. 프로야구 중계를 보다가 동기였던 노시환(한화 이글스) 등의 활약을 보면 방망이를 들고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동네 공터 짙은 어둠 속에서 계속 방망이를 휘둘렀다. ‘내게도 한 번은 기회가 올 거야.’ 그는 올해 신인드래프트에 재도전했지만 또 다시 선택받지 못했다. 하늘이 무너진 것 같던 3년 전과는 사뭇 다른 기분이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트라이아웃을 통해 입단 기회를 잡는 방법밖에 없다. 군 문제 등을 생각하면 빨리 소속팀이 생겨야 하기에 조급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프로 10개 구단은 선수단 정리가 끝난 뒤 공개 혹은 지명 트라이아웃을 통해 전력을 보강한다. 각 구단 방출 선수들도 트라이아웃에 참가하기 때문에 발탁되는 게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서건창(LG 트윈스) 등이 제2의 프로 기회를 얻었다. 윤요섭 케이티 위즈 육성군 배터리 코치의 경우 해병대를 다녀온 뒤 김성근 전 에스케이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감독의 숙소를 무작정 찾아가 기회를 간청했다. 무모한 듯 보였으나 그의 바람은 이뤄졌고 프로 유니폼도 입었다. 이종혁은 가끔 꿈을 꾼다. 꿈에서 그는 프로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 위를 뛰고 있다. 야구장에는 그만을 위한 응원가가 울려 퍼진다. 그만큼 그는 프로가 너무 간절하다. 그에게 물었다. “지금의 현실을 알고 다시 초등학교 4학년으로 돌아가도 야구를 하겠느냐”고. 그의 답은 이랬다. “아마 더 야구를 열심히 할 것 같은데요.” 비단 이종혁뿐이랴. 단 한 번의 프로 무대를 위해 지금도 수많은 ‘이종혁들’이 야구장 바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프로 1군에서, 혹은 2군 경기에서 쉽게만 생각하는 그 한 타석이, 그 한 번의 투구가 누군가에게는 일생의 꿈일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꽁꽁 닫힌 기회의 문이 그들에게 조금씩 열리기를 바란다.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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